사진 찍는다던데… 인물이 잘났으면, 멋도 부리고 할 텐데.
지금 멋 내고 온 거 아니에요? 옷도 완전 꽃무늬로 가득한데요.
항상 이래 입고 다녀.
그럼, 항상 준비되어 있는 거네요.
나는 항상 가방 둘러메고 댕기지.
가방 안에 뭐 들었어요?
안에 지갑도 들고, 주민등록증도 들고.
가방 메고, 어디 다니세요?
경로당 올 때도 들고. 열쇠하고, 폰하고, 지갑 넣고 항상 메고 다녀. 손에 쥐고 다니면 잃어버려.
꼼꼼하신 것 같아요. 총무님은 경로당 오기 전까지 어떤 일 하셨어요?
내가 30년 동안 부산에서 안 해본 일이 없어. 연탄 차 오면 머리 위에 이고 배달해 주고. 내가 부민동 살았는데, 물이 귀해가지고 물도 배달해 주고 했어. 아미동 시장 뒤에서 물 길어가지고, 물 달라는 집에 물 떠다 주고. 너무 힘들었어. 애들 키울 적에 저녁에 누워 자면 아가 울어. 그럼, 고개만 당겨갖고, 젖 물리고… 기저귀도 자꾸 젖는데, 빨 물이 없어서 그냥 볕에 널어. 근데 오줌이라 억수로 찌릉내 나고… 힘들게 살았어.
힘든 삶을 지나오셨네요. 부민동에서 언제 영주동 넘어오신 거예요?
부민동에 있다가 좌천동으로 갔어. 그러다 우리 애들 직장 다니면서 2003년에 영주동으로 왔어.
총무님만 따로 영주동으로 오신 거죠?
우리 막냉이가 영주 아파트 해줬어.
그렇게 총무님께서 영주동에 정착하시게 되셨네요. 영주 아파트에 사시니 어때요.
내 집이니까 편해. 세를 살 때는 물 많이 쓴다고 뭐라캐. 애들이 있으니까, 기저귀 빨고 하면 물 많이 쓴다고 뭐라 하고. 애들이 천지도 모르고 들떠있으면, 시끄럽다고 뭐라하고. 말 못한다, 말 못해. 그치만 지금은 내 집에 사니까 행복해요
2003년에 영주동으로 이사 오시고도 일은 계속하셨어요?
영주동에 와서도 내가 일을 계속했거든. 식당도 해보고 또 고무공장에도 가보고. 어디든 돈 많이 준다 카면 살기 위해서 일하러 갔어.
일은 언제 그만두셨어요?
우리 아저씨가 돌아가시고 나서 내가 몸이 되게 아팠어. 그러면서 그만뒀어.
경로당은 언제부터 오셨어요?
지금 9년째, 2016년에 왔다. 회장이랑 비슷하게 왔지.
그렇게 오셔서 바로 총무 맡으신 거예요?
와가지고 얼마 안 있다가, 총무가 없어서 총무 하라 했었어.
총무 일은 힘들진 않으세요?
총무 시작할 때는 60명 밥을 내가 혼자 다 해냈으니 힘들었어. 그래서 내가 안 한다 캐도 자꾸 하라 해. 아무도 할 사람이 없으니까 “조금만 더 해라, 조금만 더 해라”고 하는 거지.
그래서 지금도 계속 하고 계신거네요.
그러니까….
언제까지 할 거예요?
인자는 내가 몸이 아파서 못 하겠어.
할 사람이 없잖아요.
불만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야. 내가 몸이 안 좋으니까. 몸이 안 따라주니까, 그렇거든. 내가 일하고 있으면 누가 부엌으로 와서 좀 도와주기라도 하면 되는데 상황이 또 안 그래요
아쉬운 부분이네요.
다들 연세가 있으니까 힘들어.
제 몸 챙기기가 힘들다 보니 그렇겠네요. 경로당에는 매일 오시죠?
맨날 오지.
오셔서 뭐 하세요?
10시 좀 넘으면 한 사람, 한 사람씩 오거든. 10시 좀 넘어서도 올 때도 있고. 11시, 12시, 1시, 2시 그때 되면 또 사람들이 좀 더 많이 오고. 오후에도 되면 또 더 오고. 그러면 이제 심심하니까 화투 치는 사람들은 오가다 치고, 놀고.
그러다 점심도 다 같이 해 먹는 거죠?
해 먹는데, 점심 안 해 먹을 때도 있고. 회장님이 밥하라 카면 하고.
총무님은 몇 시에 경로당에 내려오세요?
평소에는 한 10시나 10시 반에 올 때도 있고. 내가 병원 가고 하면 또 좀 늦게 올 때도 있고. 오기는 매일 와야 해.
매일 와서 관리하시네요, 경로당은 몇 시에 문 닫아요?
사람들 다 가고 나면 저녁에.
저녁 먹기 전에 닫는 거죠?
한 5시? 6시. 요새는 날이 더워서 에어컨 틀어 놓고 하니, 시원하니까 다들 끝까지 있어.
하루 보낼 수 있는 경로당이 있으니까 좋네요.
경로당이 있으니까 하루 보낼 수 있어. 경로당이 없으면 “아이고, 오늘은 어디로 가 갖고 또 하루를 보내노.” 이런 게 있지. 경로당에 있으니까 밥 먹고. 나는 ‘오늘 경로당에 몇 분이나 오실런가?’ 생각하고.
보통 몇 분 오세요?
내 처음 올 때 64명이었는데 코로나 바람에 연세 많으신 분들은 요양원에 가시고, 돌아가시고. 지금은 한 사십몇 명밖에 안 될거야. 지금은 운동 프로그램할 때, 회의할 때 아니면 많이 안 오시거든. 그리고 한번 내려오면 올라가기 힘들어. 그래서 그래. 근데 지금은 엘리베이터 놔놓으니까 편하죠.
그래도 중구에서 회원 수가 제일 많다면서요.
사십몇 명이니까 많지. 오십 명 다 돼 가니까. 다른 데는 이삼십 명밖에 안 되는데.
총무님은 얼마나 더 경로당에 다니실 것 같아요?
몇 살까지 다녀야겠다는 계획은 없고, 내가 몸 건강할 동안에는 나와야지. 근데 몸이 부실해가 힘들면 못 나올 것 같긴 해. 그래도 몸이 괜찮을 때까지는 계속 나와가 있어야지. 우리 쉼터니까.
쉼터라니, 좋은 비유 같아요. 우리 사진은 총무님 집 올라가는 길에서 찍어요.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