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1학기 마지막 활동이라고 들었어요, 2학기에도 활동하시나요?
이경희 네, 2학기는 12월까지 해요.
1년 동안 명예직으로 활동하는 거예요?
이경희 보상도 조금 있어요. 시급 나와요.
다행이에요. 무더운 여름에는 특히 뙤약볕 아래에서 많이 힘들겠더라고요. 언제부터 활동하신 거예요?
문경희 저는 작년 9월부터인가 했어요.
이경희 저는 올해 시작했어요.
아이들은 봉래초에 다니는 거죠?
문경희 네, 두 명 다니고 있어요.
몇 살이에요?
문경희 6학년이랑 1학년이에요.
이경희 저는 한 명 있어요. 6학년이라 올해 졸업반이에요.
그럼 마지막 활동이 되겠네요. 어쩌다 활동하게 되셨어요?
이경희 저는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고 했어요. 학교 다니는 애가 둘째거든요. 첫째 때는 이런 활동이 활발했었어요. 엄마들하고도 교류가 많이 있었는데, 둘째는 코로나 시기 때부터 학교생활을 시작해서 할 수 있는 활동이라는 게 전혀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대로 끝나면 ‘우리 아이가 어떤 애들하고 지내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러다 우연히 문자를 봤는데, 학교에서 ‘워킹 스쿨버스’ 모집 문자가 왔어요. 그래서 신청하게 됐죠. 마지막으로 활동하면서 아이들도 좀 보고. 우리 아이가 어떻게 생각하며 학교 다니는지도 좀 궁금하고.
아이들 등하굣길을 함께해보니 어때요?
문경희 등하굣길에 아이들을 보면 재밌는 점도 있고, 보람 있는 점도 있고. 애들을 많이 알게 되니까 친해진다는 느낌이 있어요. 가다가 저 보면 아는 척해주더라고. 학교 밖에서도 “선생님, 안녕하세요.” 인사도 하니까 뿌듯하더라고.
주로 어떤 업무를 하는 거예요?
이경희 아이들 등하굣길의 안전을 봐줘요. 지금 학교에 공사하다 보니, 큰 차들도 많이 다니고 있거든요.
안전 지도만 하시나요?
이경희 처음 활동 시작할 때는 ‘아이들 등하굣길만 봐주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왔어요. 막상 와서 하다 보니까 포괄적으로 지도해야 할 것들이 생기더라고요.
추가로 어떤 지도를 하시나요?
이경희 저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보니, 아이들을 보면 다 제 아이 같은 느낌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도하게 되더라고, 예의범절이나. 그러다 보면 학폭도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아이들이 뭘 해봐야 큰 사고 치는 게 없는데도, 아이들은 저희를 보면 모범생처럼 행동해요.
문경희 둘이 막 장난을 치는 것 같다가도, 우리가 자세히 지켜보다 보면 과격하게 보일 때가 있어요. 그럼, 우리가 자제도 해주고, 쓰레기 길에 못 버리게 하고. 이런 부분들을 다 지도하고 있어요.
이경희 맞아요, 어떻게 하다 보니까 이런 지도를 하고 있네요. 인성 지도 여럿 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저희는 정문에 있다 보니, 아이들이 다치면 바로 보게 돼요. 그러면 간단하게 치료도 해줄 수 있고, 추가 조치도 취해서 집으로 보내고. 자연스레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울면서 가는 애들도 많거든요.
집 가면서요?
이경희 네. 그런 아이들이 보이면 학교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던 거예요. 그럼, 얘기도 들어주고.
아이들과 정서적인 교감도 이뤄지네요.
이경희 녹색 어머니 활동이랑 겹치면, 아침에 한 번씩 활동 안 할 때가 있거든요. 학교 교문 앞에 사람이 굳이 많이 필요 없으니까. 다음날 활동하고 있으면, 아이들이 “어제는 왜 안 계셨어요?”하고 물어봐요. 그냥 오가며 인사하는 정도였는데도, 와서 안부 묻는 아이들도 있고.
녹색 어머니랑 역할은 다른 거죠?
이경희 포괄적으로 보면 맥락은 똑같은데, 해야 하는 활동들은 조금씩 다르죠. 녹색 어머니는 한 달에 두 번 나와서 교통 캠페인을 많이 하는 거로 알고 있어요.
문경희 그냥 서서 캠페인 활동해요.
이경희 교통 캠페인 할 때는 경찰분들하고 연합해서 하시기도 하더라고요.
녹색 어머니 활동은 등굣길에만 하는데, 어머님들 활동은 등교, 하교 모두 같은 분들이 매일 하시는 거죠?
문경희 그죠.
교문 앞에 안 보이면 아이들이 찾을 수밖에 없겠네요.
이경희 그러니까, 물어보는 애들이 있더라고요.
문경희 일찍 집으로 가면, 그다음 날에 “선생님 어저께 몇 시에 안 보이시던데요?”하고 물어봐요. 그럼 “병원 다녀왔어.” 이야기하고.
이경희 검사하는 것 같아.
문경희 우리를 지켜보고 있구나 싶어요.
서로 지켜보네요. 아이들이랑 관계가 좋아 보이더라고요. 아이들 이름도 알고 불러주시고요. 원래부터 이 활동이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던 걸까요?
이경희 작년에 생겼어요.
문경희 작년에 중구청에서 학교로 활동 지원이 시작된 거로 알고 있어요. 제가 작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했는데, 모집하던 당시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없을 것 같아서 지원했어요. 마침, 언니가 또 같이 활동하게 되어서 좋아요.
다른 어머님들의 지원은 적나 보네요.
문경희 제가 보기엔 홍보가 덜 된 것 같아요.
이경희 위킹 스쿨버스 활동이 있다는 걸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저도 우연히 봤거든요. 홍보가 조금만 더 되면, 참여하시는 부모님들도 제법 있을 것 같아요.
취지가 너무 좋아요. 엄마가 학교 앞에서 활동하는 모습 보면 아이들이 뿌듯해할 것 같아요. 아이들 반응은 어때요?
이경희 저는 집에 있는 시간이 긴데, 밖에서 보니까 아이가 좋아하더라고요. 정문에서 마주치면 안아주고 가거든요. 그러니까 괜찮은 것 같아요.
문경희 저는 2명이나 있잖아요, 반응 별로 없어요.
이경희 아이들이 조금 내성적인 것 같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와서 표현을 못 하는 것 같아요. 우리 아이는 좀 외향적이라서 엄마 보자마자 안아버리잖아. 이런 성향이라, 와서 좋다는 표를 많이 내주고 가요.
문경희 우리 애는 나한테 인사도 다른 엄마한테 하는 것처럼 해요. 근데 섭섭하진 않아요. ‘원래 우리 아이들은 그렇구나’ 하거든요.
이경희 오히려 나는 우리 딸한테 좀 자제를 시켜요. “아는 척하지 말라고.” 다른 아이들이 봤을 때는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어. 그래서 그냥 조용히 눈인사만 하고 가라 해요.
활동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문경희 아침에 애들 등교할 때, 한 번 내려갔다가 잠깐 쉬고 다시 와야 해.
이경희 그리고 하교는 두 타임이에요. 1시 20분, 2시 10분이에요.
몇 시간씩 하는 거예요?
이경희 총 3시간 정도 해요.
문경희 아침에 1시간, 오후 2시간. 그래서 3시간이에요.
이경희 원래 홍보하고 모집할 때는 오후 시간만 했었거든요. 어느 날 갑자기 오전 시간도 좀 봐달라 해서 시작했는데, 솔직히 조금 번거롭긴 해요. 등하교 시간이 몇 시간 차이 안 나는데, 출근해서 나갔다가 다시 또 집에 왔다가. 또 학교로 갔다가. 이게 조금 번거롭거든요.
하루 시간을 쓰기에 애매하겠네요.
이경희 맞아요.
희생을 하면서 학교에서 애들 등하굣길을 봐주시는 거네요.
이경희 처음에는 ‘번거롭다.’고 했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 나니 아이들이 계속 보고 싶어지더라구요. 하루 안 보이는 아이들이 있으면, 다음날이 궁금해요. ‘얘가 학교에 잘 오나?’ 이게 궁금하니까 또 가는 거야.
마음이 쓰이기 시작하네요.
이경희 응. 그러니까 애들을 가서 매일매일 봐야 하는 거야. 학교로 들어가는 거 보면, “학교에 잘 왔구나!” 이러고 또 집으로 잠시 올라가고. 처음 며칠 하다 보니 아이들이 이제 눈에 익고, 소통이 되기 시작해. 아이들이 오가며 인사하고 하니까. 아이들 마음이 좀 순수하잖아요. 저희가 아침에 서서 땀 좀 흘리고 있으면, 수고한다고 음료수를 주고 가는 아이들도 있거든요.
문경희 오후에도 마찬가지고. 먹을 거 한 개씩 주는 게 감동이죠. 포장해서 싸주는 애들도 있고.
보람을 많이 느끼시겠어요.
문경희 보람도 느끼고, 애들은 더 예뻐 보이고. 또 익숙해지다 보니까 볼수록 정이 가요.
이경희 주말 지나고 오면은 아이들도 직장인들처럼 피곤해하며 와요. 기분이 다운돼서 오거든요. 그래서 “주말 잘 보냈어?” 아침 인사를 하면서 “왜 오늘 기분 안좋아?” 물어보면 “더 놀았으면 좋겠는데, 학교 오기 싫었어요”라고 속사정 이야기도 해요.
문경희 집안일 얘기하는 애들도 있고. 아빠가 무슨 일 하는지도 다 알고, 자기 조카 얘기도 해주고. 그럴 때 참 귀여워요.
아이들이 어머님들 보는 게 익숙한가 봐요. 봉래초등학교는 이 활동 말고도 어머님들 참여할 수 있는 활동들이 잘 되어있는 편이죠?
문경희 다른 학교에 비해 꽤 높은 편인 것 같아요. 성향이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영주동 분위기가 그런 것 같아요.
학교 분위기는 어때요?
이경희 애들 마음속이 참 순수해요.
문경희 하지 말라는 건 웬만하면 안 하는 편이에요.
이경희 활동하다 보면 지도를 하게 되는데, “하지 마라.” 이야기하면 “왜요?”라고 말할 법도 한데, 얘네들은 그게 아니라 “알겠습니다.”라고 말해요. 수긍을 먼저 해요.
문경희 지키든 안 지키든, 수긍을 먼저 해줘요.
그럼에도 지도가 제일 어려웠던 상황이 있었을까요?
이경희 우리가 제일 힘들었던 게 자전거예요.
문경희 너무 많이 타고 다녀.
이경희 지금 와서 보셨지만 학교가 공사 중이라 운동장이 없어요. 애들이 뛰어놀 데가 없는 거예요. 특히 남자애들은 마치고 나면, 어느 정도 에너지를 쏟아내고 가야 되는데. 이제 그게 안 되니까 어느 날부턴가 자전거를 타고 와요. 그냥 냅다 교문 앞 도로를 달리는 거야. 처음에는 조금 하다 말겠거니 생각해서 놔뒀는데, 이게 날이 갈수록 점점 강도도 심해지고 속도도 빨라지더라고요. 그래서 제재를 좀 했죠. 일단 말은 “안 하겠습니다.” 그리고 “안 타겠습니다.” 이러거든요. 우리 앞에서 말은 하고, 우리가 안 보이면 또 타요. 안 타려고 했는데도, 또 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게 아이들이잖아요. 그래도 다른 아이들 같으면, 신경 안 쓰고 그냥 탈 텐데. 얘네들은 눈치라도 봐요.
문경희 저희가 보이면, 타면 안 되는 걸 알아요. 안 타는 척하는 게 눈에 보여요. 그러는 게 착한 것 같아요. 순수하고 인사성도 바르고.
이경희 애들이 밝아요.
문경희 해맑아요.
촬영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인사하면서 스스럼없이 “뭐해요?”라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때 귀엽고 순수하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낯선 이에 대한 경계가 없구나 싶었고요.
이경희 맞아요.
문경희 그래서 학교 분위기도 좋다고 생각해요.
오늘이 방학식이라 마지막 활동이잖아요, 좀 어떠셨어요?
이경희 그래도 1년 끝나면 많이 서운할 것 같아요. 그리고 큰 아이도 졸업하니까 학교에 올 일이 아예 없어지죠. 제가 오가면서 눈여겨보는 아이들도 몇 명 있거든요. 걔네가 어떻게 성장할지 궁금할 것 같아요.
문경희 저도 첫째가 졸업하지만, 둘째가 2학년으로 또 시작하니까 또 이 활동 해야 해.
계속하실 생각인 거죠?
문경희 여건이 된다면 계속하려고요. 아이들을 더 살펴주고 싶어요. 안전하게 봐주고.
교문 앞에만 서 계시는 게 아니라, 이리저리 도로를 왔다 갔다 하시더라고요.
문경희 아이들을 봐야 하는 정해진 구역이 없어요. 애들이 있는 곳이면 봐줘야 해요. 애들이 문방구 앞에 많이 있어요. 그럼 또 거기 근처에서 애들 봐줘야 해.
이경희 쟤네들도 봐줘야 하고, 내려오는 애들도 봐야 하고. 360도로 둘러봐야 해요. 그리고 오는 차도 봐야 해.
두 명으론 부족하지 않나요?
이경희 더 많으면 좋죠.
지원이 2명만 한정적으로 되는 건가요?
문경희 더 많이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어머니들이 지원을 안 하는 거죠. 지원하면 웬만해선 다 받아줄 건데. 그래서 “홍보가 좀 부족한 것 같다.”라는 아쉬운 점을 말하는 거예요. 홍보할 때 좋은 점도 말해주면 할 것 같은데.
어떤 어머님들이 함께 활동하게 되면 좋을까요?
이경희 아이에 대한 사랑이 많으신 분들이 오면 좋을 것 같아요.
문경희 의무적으로 활동한다고 하지만, 가만히 서 있는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눈을 잘 뜨고 지켜봐야 해서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안전한 하굣길을 위해서 더욱 신경 쓰는 부분들이 있나요?
이경희 저학년 아이들을 더 잡아주고 있어요. 큰 아이들 같은 경우는 이제 좀 컸다고 막 뛰어다니지 않거든요. 주변을 살펴볼 줄 알아요. 그런데 꼬맹이들은 아직까지 엄마가 보이거나, 아는 친구가 보이면 뛰어다녀요. 양옆이 안 보이는 거죠.
문경희 차나 위험한 요소들이 눈에 안 보이는 거지.
이경희 그냥 보고 뛰어버려요. 아이들이니까 어쩔 수 없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 안전한 장치들이 생기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아이들 보는 표정이 너무 좋으시더라고요.
이경희 계속 이야기하지만, 아이들이 순수하고 이뻐서 더 눈길이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