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임 선생님께서 수업하시는 ‘100세 인생 그림책’ 수업을 듣는다고 들었어요.
지나가다 현수막을 보게 되면서 우연하게 알게 되었어요. 그림 그리는 것에 관심이 있어가지고. 친구까지 같이 오고 이랬는데. 오니까 내가 너무 그림을 못 그려가지고 ‘올까? 말까?’도 망설이고 했는데, 하면 할수록 자신도 조금 생기고. 그림 그리는 것도 재미있고. 너무 집중해져요. 그게 행복하고 즐거워서 그림 그린지 한 1년 넘었네요. 그림 전시회도 가서 보고. 또 잘 못 그린다고 생각하지만, 내 그림이 팔렸다 하더라고요.
직접 그리신 그림이 판매되었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너무 부끄러워서… 지금도 좀 쑥스러워요. 어떤 게 팔렸는지는 잘 몰라도. 남편 기분도 좋아지고 선생님께도 고맙고. 그림 그리는 건 차분하게 하기도 좋고. 치매 예방도 많이 되고. 여러 가지 색깔도 볼 수 있고, 아름다운 그림도 너무 많이 보고 이러니까 진짜 좋아.
수업 들으러 매주 오시려면 근처에 사셔야 쉽게 오시겠어요. 어머님은 어디서 사세요?
동광동에서 산 지 한 13년쯤 됐어요. 그전에 다른 데서 한 6년 살고. 그래도 20년 정도 중구 쪽에 살았어요.
원래 부산 토박이신 거예요?
나는 태어나기는 시골. 그래도 태어나서 바로 부산으로 왔대. 한 살도 채 안 되었을 때 왔어. 그래서 부산 출신이라고 항상 얘기해요.
중구에는 어떻게 정착하게 되셨어요?
사정이 있어서 집을 구하다 보니까. 그리고 내가 친구에 죽고 살다 보니까 친구 따라왔어요.
친구 따라 정착한 곳이 동광동이네요?
예.
동광동에서 삶은 어떠세요?
좋아요. 동광동 쪽에 있으니까 용두산 공원 좀 가깝고, 이러니까 한 번씩 왔다 갔다 하고. 수영 하니까 구덕운동장 이쪽으로도 왔다 갔다 하고. 확실히 중구를 많이 다녀. 영주동 이쪽에도 이제 수업 들으러 오고.
다니시면서 풍경을 눈에 많이 담아오실 수 있겠네요. 주로 어떤 그림을 그리세요?
꽃 그림 같은 거. 잘 못 그리지만 자전거 타는 풍경도 그렸어.
(그림을 보며) 어머니가 그리신 그림이었네요, ‘100세 인생 그림책‘ 수업 듣는 분 중에 어머님이 젊은 축에 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인지 그림도 색이 엄청나게 밝고 되게 젊은 느낌인데요!
고마워요, 이뻐가지고 한번 그려봤더만, 그래도 아직 엉망이에요.
그림을 그리기 전과 후의 삶이 달라지셨나요?
좀 많이 달라졌어요. 집에서도 심심한 줄 모르고. 심심하면, 그림 그리고. 밝은 걸 보면서 마음도 밝아진 것 같아요. 그리고 항상 할 일이 있는 것 같고 좋아요.
그림은 매주 수요일 오전에 하잖아요, 매번 수업 들으러 오시는 거예요?
예. 결석 한 번도 안 하고 와요. 병원만 안 가면은….
함께 수업 들으시는 분들은 어때요?
다들 정도 넘쳐. 사람들도 좋아서 “꼭 끝까지 다니자.” 하면서 오가요.
그리고 싶은 그림이 있으세요?
있어요. 있는데, 잘 안돼요. 아직까진.
어떤 그림일까요?
풍경화를 하나 예쁘게 그리고 싶은데, 아직 잘 안돼가지고. 계속 좀 연습하는 중이에요.
얼마나 더 걸리실 것 같아요?
많이 걸릴 것 같아요. 자신이 딱 안 서가지고. 사진 많이 보고, 생각하고 하는데도 아직 마음대로 잘 안되거든요. 그래서 ‘내년까지는 한번 해볼까?’ 싶은데 잘 되려나 모르겠어요.
어떤 풍경 그림을 그리고 싶으세요?
너무 안 복잡한 거. 잔잔한 풍경을 그리고 싶어요. 시골 풍경 같은 거.
수업 들으러 오가며 보는 풍경은 어때요?
보통 신호등 건너 중간 도로 길로 가요. 그 길로 가면 세탁소도 보이고. 집 가기까지 한 20분 걸어가면서 꽃도 보고.
꽃처럼 알록달록한 물건이 보이네요, 챙겨오신 물품은 어떤 거예요?
우리 애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쓴 건데… 소중하다 싶은 걸 가져오라고 해서 이걸 챙겨왔어요. 아주 귀하게 쓴 거예요. 우리 아들이 여기다 막 자기 소지품을 넣고 그래 썼더라고. 이게 눈에 띄기도 하고, 추억도 되고. 애들 어릴 때 생각이 저절로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수납장을 챙겨오신 거네요.
왜냐하면 애들 어릴 때 모습이 그대로 떠오르거든요. 초등학교 다닐 때, 그 모습들.
이 수납함은 얼마나 된 거예요?
애들이 지금 40대잖아요. 30년 넘은 거네. 초등학교 다닐 때, 한 10살 11살 때 썼으니까.
안 버리고 잘 가지고 계셨네요?
저는 잘 안 버려요. 오늘 입은 옷도 한 8년씩 됐는데…, 그러니까 애들 건 더더욱 잘 안 버리지. 보면 애들 옆에 있는 것 같아.
수납함은 어쩌다 사게 되셨어요?
그때는 이제 뭘 모르고 간단하게 한 개 쓴다고 이래 샀는데. 이렇게 오래 들고 있을 줄 몰랐네. 근데, 예쁘죠? 지금 봐도 큰 유행도 안 타.
색이 알록달록해서 이뻐요. 어머니가 고르신 거예요?
아니. 애들이랑 같이 가서 “마음에 드는 거 골라.”라고 했지. 문방구 가서.
그러고 보면 어머님 그림색과 비슷한 것 같아요. 밝은색을 원래부터 좀 좋아하셨어요?
네.
어머님 취향이 자녀분들께도 전달이 된 것 같네요. 오늘 이쁘게 입고 오셨다고 얘기를 해서 어떻게 입고 오셨을지 궁금했었거든요. 보니까 오늘 찍으실 분이 ‘저분이구나!’ 바로 알겠더라고요. 입고 있는 옷을 제일 좋아하세요?
이런 스타일을 좋아해요. 정장 스타일.
원피스네요?
예, 여성적인 스타일 좋아해요.
옷 입는 감각이 좋으신 것 같아요.
우리 애들이 같이 옷 사러 안 간다고 그래요. 너무 오래 걸려서. 되게 꼼꼼한 편이라 같이 쇼핑 간 친구들도 ‘좀 피곤하다’고 해요.
그래서 이런 그림도 그릴 수 있는 거 아닐까요? 꼼꼼하시니까.
그렇겠지, 그치?
꼼꼼하지 않으면, 그림 그리기 좀 쉽지 않잖아요. 그림은 오래 앉아서 그려야 되는데, 오래 앉아 있는 습관도 필요할 것 같아요.
맞아. 선생님이 항상 엉덩이만 오래 지키고 앉아 있으면, 그림 그릴 수 있다고 하지. 저는 한자리에 오래 잘 앉아 있어요. 그리고 즐거우니까 결석도 안 하고. 그림 그리는 게 좀 힘들고 아직까지 잘 안되기도 하지만, 하나씩 하나씩 배운다고 생각하고 꾸준하게 다녀보면 결과가 있겠다 싶어.
그림 외에 영주동에서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어요?
도시 농부 활동도 했어요.
도시 농부도 하셨어요?
예. 한 학기 했어.
언제 하셨어요?
작년에 했어요. 그래서 졸업도 하고. 그것도 좋더라고요, 도움도 되고. 수업 듣고 나서 집에서 텃밭도 만들어서 하고 이랬거든요. 지금도 또 다른 활동 하는 게 있어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하시네요?
예. 하는 게 많아요. 일주일 내내 다니니까. 이제 조금 체력이 딸리기는 해요.
어떤 활동 하세요?
딸이 일본에 살거든. 일본어 공부하러 갔다가, 일본에서 남편 만나가지고 결혼했어요. 지금 일본에서 한 20년 넘게 살고 있어. 이제 손녀하고 말이 안 통하니까, 답답해가지고. 일 그만두고부터 일본어 공부 하기로 마음먹어서 조금씩 하고 있어요.
일본어 수업은 어디서 받으세요?
무료로 하는 데가 있어요. 주민센터에서 수업해서 열심히 가.
잘 찾아다니시네요. 어디서 배워야 하는지 정보를 얻는 것도 참 힘든 일이거든요.
맞아요, 정보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잘하는 데가 없어서. 주민센터 수업한다는 걸 우연히 소개받아 갖고. 수업해 주시는 선생님도 원어민이라, 일본 선생님이랑 잘 만난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하시는 활동이 있어요?
수영도 하고. 한 30대에 배워가지고, 일할 때는 좀 못하고 있다가 다시 시작했어요. 한 15년? 꾸준히 다니고 있어요. 처음에는 잘했는데, 지금은 힘이 딸리더라고. 수영장에서 내가 제일 왕언니인데, 이제는 힘이 딸려서 뒤에서 살살 수영해요. 그렇다고 수영을 안 할 수는 없고. 다들 내보고 너무 많이 다닌다고 한 가지 좀 빼먹으라 카는데, 나는 빠질 수가 없는데….
수영 말고도 또 다른 활동이 있으신 거예요?
월요일날 일을 하고, 화요일날은 난타.
배우시는 게 정말 많네요. 난타는 어디서 배워요?
복지관. 나이 드신 분들, 65세 된 사람들하고 같이. 난타는 오전에 하고 오후에는 또 라인댄스하고. 너무 많이 하죠? 친구들이 내 보고 “많이 다닌다.”고 뭐라 하지만 나보다 더 많이 다니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공공근로 일하면서도 배우러 오더라고. 나이는 70세인데도 많이 오더라고요.
문화 예술 분야를 두루 섭렵하고 계시네요. 미술도 하시고, 음악도 하시고.
난타, 라인도 한지 오래됐어. 참, 목요일날 오카리나도 한다.
오카리나도 오랫동안 배우셨어요?
코로나 전부터 했어. 코로나 전에는 좀 잘 불렀는데, 코로나 이후로 아예 손도 안 대고 있어요. 그래서 이제 다시 나간 지가 지금 한 3개월쯤 됐는데, 지금 다시 기초부터 하고 있어요. 한창 할 때는 친구랑 같이 오래된 노래도 많이 배우고 했는데. 어쨌든 배운 게 있으니까 금방 해지더라고. 계속 배우고 싶어.
이전에 배우신 게 몸에 배어있으니까, 조금만 수업 듣다 보면 금방 따라가죠?
예, 기억하더라고요.
정말, 많이 하시네요.
일주일 내내 다닌다니까. 오전, 오후 가니까 이제는 좀 몸이 힘들더라고.
활동을 조금씩 줄일 생각인가요?
지금 미술도, 일어 공부도 계속하려 해요. 나머지는 방학해서 조금 줄어든 상황이긴 해요. 잠시 몸 좀 쉬었다가 가을 되면 다시 시작해야죠. 그래도 한 3개월만 하는 활동도 있어서 중간중간 쉬어가면서 해야지. 무리하게 하면 안 돼, 인자는.
배움에 있어서 목표 같은 거 있으세요?
목표는… 오카리나 잘 불고 싶고, 미술도 잘 그리고 싶고 그래.
춤은요? 라인댄스 하시니 춤도 잘 추시겠어요.
춤은 남한테 지지는 않아요, 잘해요. 다들 예쁘게 한다고 그래요. 오래 했거든. 한 2002년도부터 했는데, 코로나 바람에 전부 다 중단이 돼가지고…. 근데 하니까 다들 “잘한다.” 말해주고, 즐거워.
주변에서 “잘한다”라는 말도 듣고, 배움이 더 즐거워질 것 같아요.
즐겁지. 애들도 이제 일본에 있고, 서울에 있고 이러니까 엄마가 걱정이 되잖아. 그런데 내가 이리저리 막 바쁘게 다니니까. 전화 오면 내가 이것저것 하고 있다고 말하니까 애들 마음이 좀 놓이지.
혼자 집에 계시는 것보다, 여러 활동을 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하고 계시지만, 딱 하나만 뽑아서 “이건 꼭 오래 해보고 싶다.”는 활동이 있을까요?
오카리나를 잘 불러가지고 공연 다니고 싶어요.
어디에서 공연하시고 싶으세요?
병원에도 공연가고. 그런데 시간이 좀 많이 걸릴 것 같아요. 잘 불러야 하는데 아직까지 공연 갈 만큼은 아닌 것 같아요. 코로나만 아니면 계속 연습해서 지금 좀 하고 있었을 텐데….
코로나가 큰 복병이었네요.
예.
재능 기부도 생각해 보셨어요?
재능 기부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 무료로 다니면서 즐겁게 할 수 있고. 상대방도 즐겁게 해줄 수 있고.
음악, 미술, 춤 등에 다재다능하시고, 배움에 진심이니 그 꿈 꼭 이루실 거예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