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스며듦에 대하여
2022년, 영주동으로 오게 된 후 이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고, 이를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주동에 처음 발을 내디디고, 처음 보는 풍경을 눈앞에 두고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그러다 사람들과의 교류가 생기고,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주친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2022년, 대화를 나누며 저와 함께해주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서툴렀지만 빛나는 순간들을 사진으로 담아 액자를 선물로 드렸던 기억이 잊히지 않습니다. 지금도 영주동에서 살아가시는 분들이 계시고, 세상을 떠난 분들도 있습니다. 마음 한편에서 그들의 삶을 존중하며, 그들을 기리고 흘러보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기억을 바탕으로 2024년 현재, 또 다른 이야기를 담으려 합니다. 각자가 걸어온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 작업에 임했습니다.
이번 작업은 영주동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소중한 기억이 담긴 물품들을 기록하며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잘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대화를 나누던 당시의 현장감을 유지하고 싶어 최대한 자연스럽게 각자의 말투를 살려 정리했습니다. 가끔 사투리나 맞춤법이 어색할 수 있으나, 구술 기록의 특징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 글은 2024년 6월부터 8월까지 2개월 동안 나눈 대화의 기록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사진집 같기도, 대화집 같기도 한 이 책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억을 담고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지점을 드러내며, 과거의 이야기를 사진을 통해 현재와 연결합니다.
이야기 사이사이에는 영주동의 지리와 부산의 옛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이야기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주동은 상업시설보다는 주거지가 많아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부산에서 가장 먼저 생긴 아파트인 영주아파트가 있는 곳으로, 지금도 그곳에 거주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높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마주치는 수많은 집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영주동에 한 번쯤 오셔서 이들이 오가던 길과 지나쳐온 시간들을 상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 책은 시티플레이 프로젝트의 공식적인 첫 번째 책입니다. 로컬 생산자가 중심이 되어 도시를 재해석하며, 도시 속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달합니다. 우리는 도시의 가치를 기록하고자 합니다.
지금도 지나간 페이지를 다시 들춰보며 새로운 페이지를 쓰고, 여러 겹의 이야기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귀로 이야기를 듣고, 눈으로 모습을 담고, 손으로 기록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각자의 삶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4년 10월
박보은
박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