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EE 안호균
EDITOR 김지현
EDITOR 김지현
여러 아이디어 중 이 코스를 고른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 자전거 코스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맞물려 있었어요. 가장 먼저는 이동 수단에 대한 고민이 컸어요. 의령으로 가는 대중교통이 불편하다고 느껴서 그냥 자전거를 타고 가보자고 마음먹었죠. 사실 처음엔 단순히 교통 수단으로 선택했는데, 막상 타고 가보니 힘든 길이긴 했지만 의령에 도착해서 직접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게 정말 좋았어요. 덕분에 ‘자전거 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또 하나 중요한 이유는 제가 좋아하는 적당한 활동성과 속도감 때문이에요.

걷는 건 느리고, 차는 너무 빨라서 풍경을 느낄 틈이 없는데, 자전거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딱 좋더라고요. 바람을 맞으면서 풍경을 즐길 수 있고, 적당히 운동이 되니까 이동 그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무엇보다 결정적이었던 건, 의령이라는 지역이 자전거 콘텐츠를 만들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이에요. 의령군 칠곡면 청춘만개라는 곳에서 자전거를 무료로 빌려주고, 숙소도 제공해주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어서 혼자든, 가족이든, 친구와 함께든 누구나 쉽게 자전거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이런 환경은 군 단위에서는 보기 드물고, 지역에서 자전거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자원이었죠. 그리고 이 코스를 통해 자연스럽게 의령이라는 지역의 매력을 알리고 싶었어요. 유명 관광지는 아니지만,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달리다 보면 만나는 벚꽃 터널, 조용한 논길, 의령천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 같은 풍경들이 정말 인상 깊었거든요. 자전거 덕분에 자연을 더 가까이서 보고, 예상치 못한 길을 따라가며 여행의 낭만과 모험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점도 이 코스를 선택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예요. 따라서 이 코스는 단순한 이동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주어진 조건, 개인의 취향, 그리고 지역을 알리고 싶은 의도까지 모두 어우러진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접 가본 장소 중 예상보다 인상 깊었던 곳이 있었나요?
의령 자전거 코스를 따라가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의령천 자전거길이었어요. 사실 처음엔 이 지역이 어떤 모습일지 전혀 감이 없었고, 큰 기대도 없이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섰는데, 가례공설운동장에서 의령구름다리까지 이어지는 이 코스는 정말 예상 밖의 아름다움이 가득한 곳이었어요. 이 자전거길은 단순한 자전거 도로라기보단,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만든 힐링 공간처럼 느껴졌어요. 특히 벚꽃나무와 스트로브잣나무가 줄지어 늘어진 구간이 펼쳐집니다. 마치 영화 속 장면을 달리는 듯한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고요.

의령천에는 약간의 녹조가 있긴 했지만, 그 초록빛 물과 주변 풍경이 어우러져 정말 독특하고 멋진 그림을 만들어냈어요. 이 구간은 왕복 약 5km 정도라 부담 없이 자전거로 달릴 수 있고, 중간중간 들려오는 물소리와 담장, 그리고 잔잔한 자연의 소리들이 더해져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많았어요.
단순히 눈으로 보기 좋은 풍경을 넘어, 몸으로 직접 느끼는 감각적인 경험이 강하게 남았던 것 같아요. 의령구름다리 풍경은 의령의 숲이 한눈에 들어오는 듯해 인상적이었고요. 특히 가을에 다시 오면 단풍과 하천이 어우러져 더 멋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 코스는 단순한 ‘장소’라기보단, 자전거라는 느긋한 속도로 조금씩 발견해가는 여정 속에서 만난 ‘경험’ 자체로 기억에 남았고, 그게 바로 이 길이 특별했던 이유였어요.

이 코스를 따라가며 사람들이 어떤 장면을 기억하길 바라나요?
이 자전거 코스를 따라가는 사람들이 기억해줬으면 하는 장면은 단순히 예쁜 풍경 그 이상이에요. 의령이라는 지역이 자전거 여행자들을 위해 얼마나 세심하게 준비된 곳인지,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특히 의령천을 따라 달리는 구간처럼,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든 조화로운 공간을 지나면서 “이 동네, 정말 잘 만들어졌구나”라는 인상을 받았으면 해요.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터널길, 나무로 만들어진 자연 아치, 그리고 자전거를 타며 들리는 은은한 물소리 같은 것들이 여행자의 마음에 오래 남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 코스가 가진 또 하나의 의미는 지역 간 연결의 가능성이에요. 낙동강 하굿둑에서 출발해 의령을 거쳐 진주 남강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자전거 여행 루트가 생기면 얼마나 멋질까요? 그런 상상을 하며, 의령이 단지 스쳐 가는 곳이 아니라 자전거 여행의 중요한 거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함께 담겨 있어요.
결국엔 사람들이 이 길을 달리고 나서 “의령, 다시 오고 싶은 곳이야”라고 느꼈으면 해요.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이지만, 여유와 낭만이 살아 있는 길, 자연을 가까이서 느끼며 마음까지 쉬어갈 수 있는 그런 장소로 기억되길 바라는 거죠.

이 작업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 알게 된 점이 있다면요?
이 작업을 하면서 새롭게 깨달은 건, 저도 누군가를 위해 기획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었어요. 예전엔 ‘그냥 각자 하고 싶은 걸 알아서 하면 되는 거지’ 라고만 생각했지, 누군가를 이끌거나 설명해 주는 역할은 저와는 거리가 멀다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자전거 코스를 직접 만들고 사람들에게 소개하면서, 나도 이런 걸 할 수 있구나, 하고 스스로의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특히 자전거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시작이었는데, 그 과정을 통해 단순히 행동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경험과 이야기를 구조화해서 전달할 수 있는 능력도 있구나 하고 느끼게 됐어요. 그리고 예전엔 타인의 삶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걸 먼저 챙겼는데, 이제는 나를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조금씩 배워가고 있어요. 덕분에 누군가와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며 나아가고 싶은 마음도 생기더라고요.
가장 큰 변화는, 예전에는 ‘해야 하니까’ 하던 일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내가 진심으로 원하고, 여건이 될 때 선택해서 한다는 기준이 생겼다는 점이에요. 타인을 위하기 전에 먼저 나를 살피고, 내 마음과 체력을 챙기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됐죠. 그렇게 하니까 관계도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것 같고요. 이 작업은 저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동시에, 삶의 균형을 다시 돌아보게 해준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의령군 홍의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