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님 귀가 잘 안 들리신다고 하셔서, 제가 크게 말할게요. 감사직은 언제부터 맡으셨어요?
십 년 정도 됐어. 이전 총무가 오다, 안 오다 하니까 나한테 감사 역할을 시키더라고. 감사 안 한다고 했는데도 자꾸 하라 캐서, 회장 오기 1-2년 전부터 했을 거야, 아마.

     영주동에는 언제부터 사셨어요? 
고향서 이사 와 갖고, 총각 때부터 살았지. 옛날에 영주 터널 구멍 뚫기 전에 그 바로 위에 형이 살았어요. 형이 있었기 때문에 영주로 와서 살게 되었지. 

     영주동에서 쭉 사신 거예요?
요 위에 로타리 주변으로만 이사를 한 12번인가 그래 했어요. 그리고 지금도 영주동에 있고.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보셨겠어요.
그때만 해도 요 밑에 여기도 살아봤고, 주유소 짓기 전에도 살아봤고, 부산은행 뒷 집에서도 살아봤고. 저 길 건너 저도 살아봤고. 저 위에 또랑가에도 살아봤고. 뭐 하여튼 한 12번 되는 것 같아요.

     젊으셨을 때부터 영주동 인근에서 일하셨어요?
노동 했지, 노동.

     어떤 일 하셨어요? 
미장도 배우고, 보일러도 배우고. 외국 갈라고 시험도 쳐보러 가고. 별일 다 해봤지.
     경로당에는 어떻게 하다가 오게 된 거예요?
경로당에 오는 사람들이 전부 나이 많은 사람이라. 경로당도 원체 잘 안 왔는데, 내보고 젊은 사람이 들어와야 한다고 계속 말해. 운영해야 하니까. 

     그럼 경로당에 언제 처음 오신 거예요?
젊었을 때야. 50살도 됐을까 말까. 하여튼 그때 갔을 거야.

     정말 젊었네요.
경로당 와서 총무도 하고, 이래저래 일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때 경로당 오던 사람들은 거의 세상을 다 떠났어요. 떠나고 이제 나만 남았네. 이제 갈 차례가 내 차례인 갑다. 근데 지금 회장은 내가 나이가 적다고 해. 지금 경로당에도 회장 때문에 내가 오거든.
     회장님이랑 어떤 관계세요?
고향 청도 남성 초등학교 친구야. 동창생이라고. 

     신기한 인연이네요.
회장도 여기 살긴 살았는 모양인데, 여기 경로당에 와서 알았어. 그렇게 회장을 알게 돼 갖고.  안 오려고 해도 자꾸 “오라고.”, “가자고.”하는 회장 때문에 자꾸 오는 거죠. 

     발목 잡혔네요.
그렇게 회장님 때문에 오는 거지. 지금도 회장님 안 오면 나는 안 올라오죠.

     왜요? 
뭐 보고 올라와. 늙은 할마이 보러 올라올까.
     두 분 중에 누가 나이가 많아요?
내가 한 살 많아. 그런데도 회장 때문에 자꾸 올라왔다, 내려갔다 하지.

     그러면 회장님 때문에 감사도 계속하시는 거예요?
붙어 있는 거지. 감사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으니까 하는 거지. 그리고 회장도 일을 야무지게 하더라고. 내가 여물게 하라고도 말했고. 저번에 한 번 감사한다고 캣거든. 연말에 “돈이 얼마나 들었는지 보자.”, “10원짜리 하나라도 다르면 안 된다.”고 했지. 그리고 “영수증도 꼭 보자.”고 하고. 뭘 떼먹고 하면 안 되지. 그렇게 했다 나한테 들키면 큰일 나지.

     두 분 사이 되게 좋아 보여요. 감사님은 회장님 없으면 여기 경로당 안 오시겠네.
누구 보고 올까요?

     재미없어요?
재미없지.
     경로당 안 올 땐 무슨 일 하세요?
나는 점포를 가지고, 장사를 하고 있잖아요. 장사. 요 밑에 초량쪽으로 내려가면 목욕탕 하나 있는데, 그 옆집에 있는 ‘청도 설비’ 그게 우리 집이야. 

     지나가다 본 것 같아요.  
뭐 한다고 전화 오면 가게 문 잠가놓고, 올라온다고. 할머니는 몸이 안 좋으니까 주사 맞으러 가고. 여서 나는 자주 왔다 갔다 한다고. 문 잠그고, 올라온단 말입니다.​​​​​​​
     그러면 일이 있는데도, 경로당에 오시는 경우도 있으시네요.
설비도 하지만 동시에 철물점이기도 하거든요. 장사가 되든 안 되든. 잠가놓고 장사하면 안 돼. 되거나 안 되거나 문은 열어놓고 있는다, 이거지.

     감사님 바쁘네요.
그래도 이제 오라고 하는 데 없어요. 할마시 있으면 문 열어놓고, 경로당 오고. 그리고 지금 더운데, 내가 무슨 일 하겠어요? 나이도 벌써 85살인데.
     경로당엔 매일 오세요?
매일은 못 와. 덥고 심심하면 올라오고. 소주 얻어먹으려고 올라오고. 

     올라올 때, 오토바이 타고 오신다고 들었어요.
오토바이 탄 지 오래됐지. 근데 오토바이 타는 것도 올해가 끝이야. 내년 되면 못 타. 나이가 오래돼서 폐차시켜야 해. 면허증도 내년 12월까지고. 또 딸래미들이 타지 말라 해.
     아쉽겠어요.
나는 타면 좋은데….

     올해 마지막일지도 모를 오토바이 사진으로 기록 남겨드릴게요. 오토바이 구경시켜 주세요. 그리고 회장님이랑 두 분 우정 사진도 같이 찍어드릴게요. 
둘이 찍은 사진은 꼭 보내줘.

다음 이야기

위로 이동